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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영화를 본 사람만 봐야 하는 리뷰.
스포를 당하면 안되는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 우에다 신이치로
온 몸을 바쳐/받쳐 쌓아올리는 우리의 엔딩 크레딧


오바스럽고 어색한 연기, 엉성한 카메라 연출과 분장, 알 수 없는 스토리 라인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다. 사람들이 뭘 보고 배를 잡고 웃었다는 거지? 웃음기 하나 없는 표정으로 극찬을 했던 리뷰들을 떠올리며 꾹 참고 무언가 발견하려고 애썼다.

30여분이 지나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비현실적인 상황 속에서 과장된 연기를 했던 감독 대신 지극히 현실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한 남자가 등장한다. 여기서부터가 진짜구나라는 걸 단번에 알게 해주는 배우의 눈빛과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일본 특유의 과장된 표현으로 생겼던 이질감이 녹아내리면서 일본인이 아니라 하나의 사람으로 느껴졌다.


중간 중간 예기치 못한 상황들로 생방송은 위기를 맞지만, 위태로움 속에서 순발력과 배우, 스탭들의 합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간다. 그래서 진행이 꼬여 마가 뜰 때도 있고, 갑자기 투입된 감독의 연기가 생각보다 강렬해서 상대 배우가 당황하기도 하고, 쓰러져있던 시체가 뜬금없이 일어났다가 다시 쓰러지기도 한다.


앞의 엉성한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 곳곳에는 에피소드들이 가득하다.
위협을 해야하는 좀비인데 술에 취해 바닥에 엎어져 있는 배우, 배우의 꿈을 재도전하는 감독의 아내, 생방송 직전 갑작스럽게 배우 역할로 투입된 감독, 전 영상에서는 혼나는 신인 배우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콧대 높은 톱스타 배우들, 영화감독이 꿈인 딸의 열정과 기지, 좀비가 들이닥치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 뒤에 앉아 손을 느릿느릿 움직이며 앉아있길래 의아했는데 알고보니 배탈이 나서 역할 수행을 하지 못했던 배우, 피가 뿌려지고 손목이 날라가는 장면을 위해 카메라 뒤에서 약속된 동선과 재빠른 행동으로 상황을 만들어가는 스탭들... 한 리뷰가 말했듯이 이 영화는 영화인들에게 보내는 찬사다.


생각지 못했던 감동을 받고 가슴이 울렁였다. 생방송 좀비 영화가 끝났을 때와 같은 효과로 마무리되는 이 영화의 진짜 엔딩은 이 또한 수많은 비하인드 스토리들이 담긴 결과물임을 알려준다. 이 장면을 위해 땀 흘린 그들을 또 한번 비춰준 것이다. 주목 받아야 하는 것은 배우만이 아니라 그 뒤에서 온몸을 던지고 땀 흘리는 그들이 있음을, 우리가 모두 만들어내는 결과물임을. 다른 한편으로는, 제 3자의 시선에서 바라본다면 그들은 괴짜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 컷을 위해 온몸을 던지고,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내용들을 믿으며 감정과 말을 만들어내고, 빨간 물을 준비해 호스로 뿜어대는 모습을 보며 저게 뭐라고 이게 뭔데 그렇게까지 하는거야, 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괴짜처럼 보이는 그들의 움직임은 결국 하나로 완성되어 나에게 울렁임을 주는 감정을 만들어냈다.


이건 우리가 온 몸을 바쳐/받쳐 쌓아올려 도달한 우리들의 엔딩 크레딧이다!
사람은 신화 없이는 살 수 없다. 인간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를 믿으며 서로 협동했고 발전해올 수 있었다. 은행도, 종교도, 법도 실재하지 않지만 우리는 믿고 살아간다. 이야기는 어떤 형태로든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사람에게서 무형의 이야기는 떼어놓을 수 없다. 미래엔 영화가 사라질거라고 보는 영화 감독도 있었지만 나는 이 사람들의 땀이, 그것에 대한 가치가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단순하지만 기발한 구조로 유쾌함과 감동을 주었던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