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이라는 행위는 단순히 상품을 식별하거나 이미지 개선과 매출 증대에 기여하는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와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브랜드적인 삶,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가치를 두고,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는 대신 매 순간 그것을 꾸준하고 일관되게 실행에 옮기는 삶이 아닐까 싶습니다.
- Q. 어떤 브랜드적인 삶을 살고 있는지?
- 나는 어떤 브랜드적인 삶을 살고 있지, 싶었다. 현실과의 타협은 무조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타협을 안하고 꾸준하고 일관되게 실행에 옮기는 삶이라면 나는 없는 것 같고, 꾸준하고 일관되게 하고 있는 것만 의미한다면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해서 찾는 일인 것 같다. 이제 이런 고민 좀 그만하고 싶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으면 사는 의미가 없어서 안할 수가 없다. 그래도 많이 좁혀지고 뾰족해졌다. 친구가 얼마 전 그래도 성장하고 있다며 기특하다고 해줬다. :)
오랜 시간 브랜드와 맺은 교감은 브랜드적인 삶으로 이어진다.
- Q. 브랜드적인 삶으로 이어진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는?
- 위의 말을 이어 답해보자면 10년 전에 열정대학이라는 사회적 기업이 있었다. 20대들의 진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업이었는데 거기서 9개월 간 활동하면서 독서모임 3개, 단편영화제작 등을 했었고 다양한 모임을 했고 특강들도 들었다. 어렸을 때였어서 나는 이 기업에 뼈를 묻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그만큼 교감을 했던 브랜드였다. 그때 했던 독서모임의 경험으로 서울에 자취할 때 독서모임에 참여했었고, 지금도 독서모임을 열어보고 있다. 그때부터 책을 읽으면 독서노트는 무조건 쓴다. 그때 특강의 즐거움을 알았고 지금까지도 관심가는 컨퍼런스나 교육이 있으면 신청해서 다녀온다. 그때의 경험으로 도전하는 것에 겁이 없어져서 무대에서 노래도 불렀고 목공도 배웠고 꽃꽂이도 했고 연기학원은 햇수로 4년을 다녔다. 가장 의미있던 경험은 7개월 준비해서 연극을 올린 것이었다. 내 20대를 열정대학이 추구했던 것처럼 보냈다.
강력한 브랜드를 만드는 시작은 내부 구성원들과 얼마만큼의 공감대를 이루느냐에 달렸다.
- 얼마 전 뜻밖의 연락으로 6년 만에 만난, 브랜드 기획 파트에서 일하는 디자이너가 있다. 같이 재단을 다녔던 사이인데 전혀 접점이 없던 사이라 연락이 왔을 때 꽤나 당황스러웠는데, 나쁜 기억이 있던 것도 아니었고 또 내가 가려는 루트(디자이너에서 기획으로)로 넘어간 분이셔서 만났다. 그 분은 인하우스 기획 파트에서 일하시는 분인데, 기업 내부의 브랜딩 작업 또한 같이 만들고 있다고 했다. 인하우스는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이 분의 말을 들으니 인하우스에서는 그 기업의 브랜딩만을 다루니 조금 더 딥하고 분석적으로 브랜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에이전시는 그 때 그 때 다양한 다른 작업물들이 가능하지만 결국 내 것을 하려면, 인하우스가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내가 하고 싶은 건 브랜딩 에이전시를 차리는 것이 아니라 내 브랜드 공간을 만드는 쪽에 가까운 것 같아서. 전 회사를 다닐 때에도 이렇게 좀 일 안했으면 좋겠다, 싶었던 부분이 로고를 다듬거나 색상을 고르는 일 등 디자인적인 부분보다는 경쟁사 조사, 시장 조사를 더 딥하게 할 수 있었으면 했다.
가장 강력한 브랜드는 내부 구성원이 하나의 지향점을 바라보며 자발적으로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에너지를 외부로 전파하는 것이다.
브랜드를 한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브랜드 리더가 구성원과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합의된 방향성을 명확하게 공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왜 이곳에서 함께하는지, 우리의 일에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
지속적인 논의와 피드백을 통해 작고 느리게나마 구성원 각자의 의견이 기업 경영에 반영된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야말로 소속감을 고취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브랜드의 방향성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회문화적인 현상을 살픽, 해당 트렌드에 대응하는 다른 브랜드들의 활동을 파악해야 한다. … 같은 콘셉트로 싸워 우위를 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브랜드의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면밀하게 분석해 그들과 다른 방식으로 나만의 생각을 공고히 다지는 것을 의미한다. … 그러므로 브랜딩 트렌드나 유사 브랜드에 대한 리서치와 케이스스터디는 많이 할수록 좋다. 하나하나의 브랜드를 세밀하게 살피다 보면 어느 순간 넓은 관점에서 커다란 흐름이 읽힌다. 그 흐름을 깊게 꿰뚫어보고 적절한 방안을 제시하는 능력을 우리는 통찰력, 즉 인사이트라고 이야기한다. → 리서치
브랜드 에센스란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를 함축한 브랜드의 핵심이자 결정체를 담아낸 문구로, 직무와 관련해 구성원이 행하는 모든 활동의 근간으로 존재한다.
이솝의 핸드크림 하단 '진정한 시는 이해되기 전에 전달된다.'이솝의 사상과 방향성을 비롯해 브랜드의 재치를 엿볼 수 있는 대목. 안팎의 아름다움이 어우러질 때 그 아름다움은 자연스럽게 표출된다는 브랜드 철학을 시인의 말을 인용해 표현한 것이다.
블루보틀 '커피는 아름다워야 하고, 복잡하지 않아야 하며, 믿을 수 있어야 한다.'복잡하지 않은 간결한 과정으로 만든 믿을 만한 품질의 커피를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에서 집중해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조금 불편하고 느리더라도 최상의 품질을 지닌 신선한 커피를 제공하겠다는 브랜드 철학은 장인 정신과 맞닿아 있다.
일본 교토의 난젠지 근처 고택을 매장으로 사용한 블루보틀에 가면, 이 브랜드에 '절제'와 '단순함'이라는 가치가 얼마만큼 강하게 반영되었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외관은 거의 손대지 않고 커피 제조와 고객 체류를 고려한 최소한의 인테리어만을 적용해 운영 중이다.
개인적으로 블루보틀의 가장 큰 매력은 '비정형과 정형이 만드는 대조와 균형의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한다. 도쿄의 조용한 동네에 자리 잡은 반듯한 사각형 건물, 기요스미점 내부의 넓은 흰색 벽면 구석에 놓은 파란색 병은 생동감과 임팩트를 만들어낸다. 대다수 브랜드의 로고가 완벽한 조형을 좇고 간판을 가득 메운 디자인을 적용할 때, 블루보틀은 정반대의 방식으로 스스로를 어필했다. 아스팔트 빛 도심에서 발견하는 비정형의 청량한 병 모양의 심벌은 일상에서의 해방감과 자유로움을 느끼게 한다.*
디자이너의 언어가 '이미지'라면 기획자의 언어는 '언어' 그 자체다.
건축을 배우는 유일한 방법은 직접 찾아가 그 건축물 속에 몸을 두는 것이다.
브랜드도 실제 브랜드를 만들어 운영하는 조직 속에 몸을 두고 체득 해야 하는 것이다.
좋아하는 브랜드에 대해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내가 지닌 가치관이나 나만의 스타일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브랜드를 통해 모호한 자신의 성향을 정의해보는 것도 꽤 흥미로운 일이다. 일상을 채우는 브랜드들은 그 자체로 차츰 습관이 되고 자연히 삶을 이루는 방식이 된다.
이슈를 만들고 매출을 증대시키기 위한 포장재로서의 브랜딩이 아닌 일상에서 유용한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브랜딩을 지향해야 한다.
일상에 가득한 브랜드 중 하나로 치부되어 외면당하지 않고, 사람들의 풍경에 잔잔하게 어우러지며, 그와 동시에 시선을 끌어 인상에 남는 것이 브랜딩의 임무라면 브랜딩은 가능한 한 작고 적을 수록 좋다.
브랜드는 그 자체로 자신들의 소신과 철학인 반면 브랜딩은 이를 실체화하고 상대방과 교감하는 것이다. 브랜드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사람들에게 편익을 제공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에 대한 공감대를 얻고 원하는 이미지를 획득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어떤 메세지를 발신한다. 메세지를 접한 사람들 가운데 브랜드가 제공하는 가치와 편익이 자신의 가치관과 성향에 부합한다고 여기면 이내 관심을 표현하며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시작한다. 웹사이트에 접속하기도 하고,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서 해당 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얻기도 한다. 따라서 브랜드 기획자는 브랜드의 활동이 사람들의 마음에 작동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브랜드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한 포지셔닝을 명확히 해야 한다. 더불어 브랜드의 개성을 도출해 목표 고객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들의 생활 방식, 트렌드와 관련된 주요 인식 등을 면밀하게 조사하고 분석해야 한다. 이러한 내용에 기반해 브랜드 슬로건이나 커뮤니케이션 메세지로 실체화해야만 사람들의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브랜드 디자인도 크게 다르지 않다. 브랜드 디자인은 기본적으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이다. 단순히 주목성과 심미성을 고려하는 그래픽 디자인 차원의 조형이나 타이포그래피의 표현을 넘어, 브랜드를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메세지가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기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획자와 마찬가지로 디자이너도 목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이해해야 하며 나아가 제품 개발, 마케팅 캠페인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전제 조건이 충족되어야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브랜드 디자인을 만들어낼 수 있다. 결국 브랜드 기획자와 디자이너 모두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력과 감각적이고 직관적인 창의력을 고르게 갖춰야 한다.
- 여전히 브랜드 기획자인지 브랜드 디자이너인지 모르겠다. 해봐야 알 것 같다. 그래도 명확해진 건 기업 내에서 브랜드 기획, 디자인을 하고 싶은 것 같다.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리서치를 진행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것에서부터 명칭을 개발하고 디자인과 커뮤니케이션으로 실체화하는 전반적인 크리에이티브 영역까지 전체적으로 바로보게 했다. 다시 말해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는 브랜드를 가장 아름답고 적절하게 구현하기 위한 방안을 전체적으로 고민하게 된 것이다.
브랜드를 만들고 브랜딩 활동을 하는 것에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의 일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제공하겠다는 비전이 수반되어야 한다.
- 저자는 계속해서 브랜드를 일상과 연관지어 말한다. 좋은 의미라는 것도 알겠고 나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완전히 동의되지는 않는다. 어찌되었건 브랜딩은 비지니스의 성공을 목표로 해야하는데, 아름답기만 할까? 좋은 브랜드가 이 세상에 정말 적다는 건 알겠다.
브랜드는 누구나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좋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진정으로 그 일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읽을 책: 디자인의 디자인, 슈퍼노멀, 디자이너 생각 위를 걷다, 데이비드 아커의 브랜드 경영, 브랜드 매니지먼트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디스코드에서 세 번째 독서모임을 가졌고, 홀로 책 한 권을 다 읽었다.
내 목표는 달성되고 있어서 좋기는 한데 씁쓸하고 웃기다. (언니가 안타깝다고 말하며 지나갔다.)
정규 모임 10번은 그래도 찍어보려고 한다! 한 명은 호기심으로 들어오지 않을까 싶어서.
브랜드에 대한 책을 읽으니 기획과 브랜드에 대해 좀 더 이해가 되고 내 방향성도 조금씩 더 잡혀가는 것 같다.
임태수 님 외에도 다른 브랜드 디자이너, 기획자의 책을 읽어보아야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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